TOP > 헤드라인 > 野, '헌재 접촉' 발언...헌정유린 사건

18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에서 강만수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사퇴의 목소리가 급 부상하는 양상이다.

지난 6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 결정을 앞두고 강 장관은 헌법재판소 측과 "접촉했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강만수 장관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우려를 자아낼 수 있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7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강만수장관 개인의 실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일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헌정유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조 원내대변인은 "재판의 일방 당사자인 정부가 헌법재판소를 직접 접촉한 사실만으로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불법적인 일"이라며 "더욱이 ‘종부세법이 위헌결정 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강만수 장관의 국회 발언은 앞으로 선고예정인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대 발언"으로 단언했다.

그는 또 "정부 소관장관이 재판부의 심증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사법부인 헌법재판소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모욕하고, 삼권분립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심히 위헌적인 처사"이며 "정부가 종부세 판결을 앞두고 헌재에 위헌판결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압력을 공개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재판부의 심증은 판결을 선고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방향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재판선고 전까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심증이 공개돼서는 안되는, 사법의 본질에 속하는 절대적 사항"이라면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강만수 장관은 이 엄중한 위헌적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강만수 장관은 즉각 물러 날 것"을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종부세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와 ‘접촉’하고 헌재 판결을 미리 알아보면서 영향력까지 행사하려 했으니 좌충우돌 강 장관의 갈지자 횡보에 이 나라 경제는 물론이고 헌정질서까지 능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은 미국 FRB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강만수 장관의 만수무강을 도대체 언제까지 빌어줄 것이냐"며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장관은 탄핵대상이다. 대통령은 계약사실을 이실직고하지 않고 자화자찬만 해대는 강만수 장관, 사법권의 독립을 뿌리째 흔들어 대는 강만수 장관을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대통령이 친국하는 시대가 아닌데도 어떻게 최고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일개 행정부 세제실장과 국장에게 사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단 말이냐"며 "3권분립이 보장된 나라에서 행정부가 판결 결과를 미리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맹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는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헌법재판소도 자체적인 진상규명을 통해 사건의 실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와 함께 "강만수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할 것이고,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대국민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만난 사람들은 기획재정부에서 세제실장과 담당국장이었다"면서 "기획재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부의견서를 제출하고, 기재부 세제실장이 헌재 수석헌법연구관을 만나 동 수정의견서에 대한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는 통상적 업무처리"라며 강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또 "이 해프닝은 헌법재판소의 심사절차에 따른 실무관료들의 정상적인, 통상적인 설명과정이었을 뿐"이라며 "일부 위헌 이라는 예상은 헌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실무자들이 기재부 고문 변호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강장관에게 구두보고한 것을 말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송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