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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후보 중 한명인 고진화 후보가 20일 오후 7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물러설 것을 밝혔다.
고진화 후보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내가 죽어 그 길을 가겠다.”라며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으며, “들러리는 싫다”는 평소주장을 실행에 옮겼다.
고 후보는 “2006년 12월 ‘2007년 대한민국 패러다임 쉬프트’세미나를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하였다. 그러자 철없는 386으로 매도하던 분위기에서 노골적인 탈당 요구로 저에 대한 공격과 압력의 수위는 높아졌다.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월 말에 있었던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 2007년 1월에 있었던 충남도당 신년하례회에는 참석조차 거부당했다. 심지어 참정치운동본부 유 모 본부장은 ‘친북좌파 열린우리당 2중대’라며 공공연히 출당을 요구했으며, 숱한 날을 테러 위협에 뜬 눈으로 새웠다.”라며 그간의 서러움을 하소연했다.
고진화 후보는 “평화라는 시대적인 흐름은 한켠에 놔 둔 채 소위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이 한 것은 무엇인가? 당 지도부에서 당원까지 두 후보 밑으로 줄을 세웠고, 계파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천권 운운하며 의원들을 옥죄었다. 자해공갈단을 만들어 연일 상대진영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 정치공학적 셈법을 동원하여 치열한 경선 규칙 싸움으로 날 새는 줄 몰랐다. 당 지도부는 과열 선거를 우려하여 각 후보 캠프에 현역 의원 10인 이상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소위 유력 후보들이 입만 벌려도 규칙을 바꿔야 했다.”라며 그간 한나라당이 걸어온 엉터리 경선과정을 폭로했다.
또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대세론의 마법에서 깨어났을 때의 고통은 잊혀졌다. 환골탈태의 약속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2007년 5월 13일, 저 고진화는 ‘그 때 그 때 바뀌는 땜질식 처방과 중재안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으니 제2창당의 정신으로 유비쿼터스 국민 경선제를 도입하고, 계파 중심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독립적인 국민경선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당은 사라지고 두 후보만 남아 있었다. 처절한 저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며 후보중심으로 변질된 당을 질책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고 후보는 “한나라당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수구 보수 집단의 당을 나가라는 요구는 계속 되었다. 참을 수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논쟁하는 것도 제가 부여잡고 있는 민주주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이미 바꾸기로 약속한 바에 대한 무지에 대해서는 일깨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중진들이 변화된 정체성과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여 ‘한반도 평화비전’을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내놓았다. 새로운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포기한다면 이것은 우리 스스로 정치력의 부재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탈당의 압력과 당의 모순을 주장했다.
또 “사당화, 계파 줄 세우기는 도를 넘어 극을 달리고 있다. 계파에 충성하는 의원들에게는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주고 공천 배제라는 사형선고를 내리면서도 계파의 총수, 줄 세운 사람은 웃으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력만 잡으면 모든 게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망령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당 사상 초유’라고 일컬어지는 후보 검증 청문회는 사실상 청문회 권한을 유력 후보 스스로 검찰의 손에 넘김으로써 국민적 기대는 저버리고, 면피 청문회가 되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고진화 후보는 “저에게 대선 경선 과정은 어쩌면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책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저는 그 과분한 기회를 포기하려고 한다. 오늘 저 고진화는 계파정치, 줄세우기, 세력정치, 사당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당과 몇몇 후보의 전횡을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참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하여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를 사퇴한다. 이제 국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 원칙을 갖고 한나라당의 경선을 바라보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후보가 이-박 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진화 후보도 있고 원희룡 후보, 홍준표 후보도 있는 상황이라 고 후보의 사퇴의 변은 동정표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여 지며, 그동안 지지해준 지지자들과 선전을 당부하던 당원 및 국민을 배신한 행동으로 비춰지고 있다.
탈당의 압력 속에서 꿋꿋이 버티며 경선까지 참여했다는 본인의 항변은 이런 이유로 빛이 바래고 있다. 또한 부산 정책대회에서부터 고 후보가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그 의혹이 결국 현실화되어 사퇴 기자회견에 이르고 있다.
“야음을 틈탄 대 탈출극” 국회 정론관이나 기자실에는 오후 6시가 넘으면 대부분의 기자들이 퇴근을 한 시간이고 당번에 걸린 기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시간이다. 사퇴발표를 굳이 7시 30분에 한 이유가 의심스럽다. 혹시 사퇴기자회견도 언론에 밝혀지길 원치 않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김현수 기자/ksatan68@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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