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유, 세월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
“국회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
제헌 70주년을 맞아 국회는 국회본관 로텐더홀에서 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축행사를 진행하였으며, 문희상 국회의장의 경축사와 가수 바다양의 축가 등 다양한 순서로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의 국회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축사를 통해 “입법부를 대표하여 제70주년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해 주신 한분 한분께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개헌이유, 세월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이기 때문’과 ‘나라다운 나라는 국회가 국회다워질 때 가능’, ‘민주시민의 상식, 헌법’”을 설명하며 “국회가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제헌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해 국가를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한다는 대전제와 원칙을 세웠다”며 “70년간 우리 대한민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민주주의와 평화, 무엇보다도 자유와 평등,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싸워왔다. 이는 우리 헌법의 근본 가치”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의 헌법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저항과 투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헌법의 위대한 정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며, 근본 가치는 영원할 것”이라고 헌법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한민국의 저력은 시대의 전환기마다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며 ‘촛불혁명’과 ‘한반도 평화’를 예로 제시하며 “국민이 요구한 촛불혁명이 국회를 통해 시작된 것이다. 전 세계는 우리의 촛불혁명을 새 시대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화적이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현 정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하며, 전 세계의 축복 속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판문점 평화선언을 발표했다”며 “이는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70년 적대관계의 양국이 관계정상화의 물꼬를 트면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 해체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외교 안보 뿐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의 대변화도 예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최후의 보루”라며 “국회가 펄펄 살아 있을 때 민주주의도 살고 정치도 살았다. 무신불립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국회는 살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회는 지리멸렬했다”며 국회의 역할의 중요성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야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완정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 촛불혁명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민의 명령인 개헌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반드시 국민들의 눈 높이에 맞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개헌이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했다.
이어 문 의장은 “개헌이유는 세월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이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이 무산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국민의 80%는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국회차원의 개헌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한 “지금 개헌을 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이기에 국회는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며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체제다. 상대를 경쟁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라며 개헌의 방해물이 다름아닌 정치권의 정치논리임을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1987년 헌법은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체제”라며 “그동안 국민의 정치의식과 사회는 성숙했고, 31년 전 옷을 그대로 입기에는 너무 커져있다. 이제 헌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는 혹한의 그 겨울, 광장에 섰던 촛불혁명의 요구이기도 하다”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본인의 임기 내에 반드시 개헌이 성사되도록 할 것임을 다짐했다.
또 “후반기 국회를 앞두고 개혁입법연대나 개헌연대 같은 네이밍 다툼, 프레임 전선이 형성됐다”며 “개헌과 개혁입법 모두가 국민의 명령이다. 여당의 양보, 야당의 협조를 통한 협치로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바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민생국회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 확신한다”며 여야의 협치와 민생국회를 약속했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 2014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청청여여야야언언’(靑靑與與野野言言)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청와대는 청와대다워야 하고,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는 것이다”며 각자의 본분에 맞게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헌법은 아름다운 선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헌법을 실천하지 않으면 양피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연설을 인용하며 “우리는 다시 국민 품으로 헌법을 찾아오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이 따라야 했다. 국민이 헌법을 속속들이 알고 생활 속에서 헌법을 실천할 때 살아있는 헌법이 될 수 있다”며 헌법이 일부 정치인과 법조인,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들의 헌법이기를 희망했다.
특히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이 날은 대한민국의 억만 년의 터’라는 제헌절의 노랫말처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저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던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떠올려 본다. 주권자의 뜻이 담긴 대한민국 최고규범 헌법의 가치와 정신이 영원히 지켜지기를 기원한다”며 헌법의 존엄성이 영원하길 기원했다.
한편 이 행사에는 헌정회장과 역대 국회의장, 각 당 대표, 국회의원, 김명수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낙연 국무총리,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그리고 외교사절을 비롯한 많은 내외 귀빈이 참석했다.
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