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한 ‘겨레말 큰사전’ 재편찬 공개시사”
이낙연 국무총리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거행된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축하말씀을 통해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했지만 남북관계의 기류변화로 중단되어 있던 ‘겨레말 큰사전’을 문재인 정부에서 재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이 총리는 “오늘은 우리 겨레가 우리글 한글을 가진지 오백일흔두 돌이다”며 “올해는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께서 자리에 오르신지 6백 년 되는 해이다. 그런 뜻을 기리고자 오늘 우리는 세종대왕상 앞에 모였다”고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세종대왕께서 한글과 땅을 주셨을 때 우리 겨레는 하나였다. 그러나 세계냉전은 겨레와 땅을 두 동강 냈다”며 “조국분단 70년은 말의 뜻과 쓰임새마저 남과 북에서 달라지게 바꾸고 있다”라며 남북의 말과 뜻이 더 이상 바뀌는 것을 경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05년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함께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일은 남북관계의 기복으로 멈추었다”며 “이제 문재인 정부는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과 북이 달라진 것들을 서로 알고 다시 하나 되게 하는 일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이런 일이 쌓이고 또 쌓이면, 남과 북이 세종대왕 때처럼 온전히 하나 되는 날도 좀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 그렇게 함께 힘쓰기를 오늘 모두가 세종대왕께 다짐 드리자”고 제안했다.
또한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다듬으며 가꾸는 것도 우리가 마땅히 할 일”이라며 “한글학회를 비롯한 학계, 시민단체와 함께 모두가 애씁시다. 정부가 앞서겠다. 둘도 없이 값진 한글과 그것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고마움을 생각하는 오늘이 되기 바란다”며 ‘겨레말 큰사전’ 재편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총리는 “세상에는 약 3천 개 민족이 7천 가지의 말을 쓰며 산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의 글자는 마흔 가지뿐”이라며 “우리처럼 스스로의 말과 글을 모두 가진 민족은 많지 않다. 마흔 가지 글 가운데서도 누가, 언제,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확실한 것은 한글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한글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인류가 자랑스럽게 지키고 가꿀 자산”이라며 한글에 대한 긍지를 표명했다.
또한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앞장선 사람이나 단체에게 ‘세종대왕 문해상’을 주어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있다”며 “1997년에는 한글을 만든 까닭과 원리를 밝힌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에 올렸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들이 쉽게 익히고 쓰게 하려고 한글을 만드셨다는 세종대왕의 말씀을 적어 놓았다”며 한글의 우수성과 세계가 인정하는 말과 글임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한문을 모르던 조선의 여성과 평민도 한글로 제 생각을 남겼고, 지식과 정보를 얻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글로 겨레의 얼을 지키고 일깨웠다”며 “해방 이후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것도 국민의 문자 해독률이 높았기에 가능했고, 그것은 한글 덕분이었다”며 문맹퇴치와 더불어 여성과 평민에게도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이미 572년전 이루어졌음을 자부했다.
이 총리는 “이미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니다. 한글을 배우는 세계인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2007년에 세 개 나라, 열세 곳에 문을 열어 한글을 가르친 세종학당이 올해까지 쉰일곱 개 나라, 백일흔네 곳으로 늘었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글 노랫말을 받아 적고 함께 부른다. 정부는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께 문화훈장을 드리기로 어제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며 우리글이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인들이 우리글을 사용하고자 함을 역설했다.
한편 오늘 행사에서는 진주문화연구소 故 김수업 이사장과 일본 이와테현립대학교 강봉식 교수가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몽골 국립대학교 고토브 에르데네치메그 교수와 동국대 변정용 교수가 문화포장을, KBS 우리말 겨루기 제작팀과 한국어진흥재단이 대통령 표창을, 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ㅘ 스리랑카 캘라니야대학교 김진량 교수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아울러 올해 9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교육’ 단체와 우루과이 ‘영속적 학습’의 관계자들, 여러 나라 세종학당 학생들도 행사에 동참하여 한글날의 의미를 기렸다.
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