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누구나 한 평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역경과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 많은 역경과 희로애락이 그 사람의 운명과 인격, 선과 악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아직 젊어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고 할 수 있지만, 우연찮게 만나게 된 한 세기를 살아온 한 노스님으로부터 그 분이 살아온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었으며,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일제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일본인들의 악날함을 경험하고 6.25를 거치면서 공산당의 잔혹함과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은 노스님은 다른 노인 분들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북한 이야기만 나와도 온 몸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할 정도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거쳐 왔다.
또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함께 해 왔으며, 역사의 산 증인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종교인으로서, 스님으로서의 고행은 해탈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며, 열반에 들기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고행의 과정에서 부처님의 진리를 깨닫고 아둔한 중생들에게 깨우침을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노스님의 경우를 보면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노스님(법명 유정, 비구승)에게 고난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노스님의 기억력 감소로 정확한 년도는 확인할 수 없었음) 당시 영통사(개성 영통사와는 다른 사찰) 주지로 있었는데 수려한 산세와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왕자봉에 사찰이 자리한 관계로 신도도 많았을 뿐더러 일반 여행객들도 상당수 사찰을 찾아오곤 했다고 한다.
 문제는 수려한 산세와 역사적 장소라는 것이 천주교의 포교거점으로 확정되면서 싸움의 서막이 시작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토속종교를 수용하는 천주교의 교세 확장과 사찰을 수호하려는 유정스님의 방어선이 충돌하면서 종교전쟁 아닌 종교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장기간 동안 진행된 쌍방간의 공방은 결국 스님의 패배로 이어졌고 스님은 그곳을 떠나 경기도 양평군 서정면 수입리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스님의 증언에 의하면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사안이 너무 많은 관계로 깊은 내용은 생략함)
결정적 사건은 거처를 옮겨 새로 건립한 용수사에서 발생하였다. 마음의 아픈 상처를 위로하며 용수사에서 새로이 부처님의 진리를 전하던 스님에게 닥쳐올 시련은 과거의 양상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노스님을 괴롭혔다.
1차전이 종교간의 전쟁이었다면 2차전은 중생들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사태가 벌어졌다. 용수사를 건립하자 전에 있던 사찰에 다니던 불자들이 용수사로 찾아 들기 시작해 신도수가 삼천이 넘어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묘한 사건들이 노스님을 서서히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느 종교나 단체를 막론하고 잘나가는 곳에는 반드시 회방꾼이 나타나는 것처럼 용수사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신실한 불자인줄 알아 총무를 맡겼고 인감도장까지 맡길 만큼 믿었던 신도에게 어처구니없게도 사찰과 일대부지 모두를 사기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노스님은 법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형사소송에서는 피의자 3명 모두 현행범으로 법의 처벌을 받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민사소송에서는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악전고투하는 고난을 감내하는 인고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민사고등법원의 판결은 잃어버린 부지 8필지와 사찰에 대하여 ‘사찰과 4필지에 대한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것도 단서가 붙은 판결이라 해결이 녹녹치 않다. 사찰과 숙소를 사용 하는 데는 아무 불편함이 없지만 부지에 대한 판결에서, 2필지는 이행지급금만 납부하면 바로 노스님 앞으로 등기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2필지는 거기에 걸려있는 각종 이해관계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회수가 불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이행지급금 2필지의 금액도 자그마치 1억 2천만 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닐뿐더러 나머지 두필지도 이해관계 액수가 25억 원이 넘어, 노스님이 잃어버린 부지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있다.
열반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지고 있는 노스님이 한 세기 1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중생들에게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러 마지막에 이러한 고통을 안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마지막의 인고를 통해 해탈의 경지에 오르게 하려는 부처님의 뜻인가 하는 의문점을 지울 수가 없다.
어느 종교든 내부적 파벌과 인내를 벗어난 욕심으로 인한 무수히 많은 싸움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필자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열반의 경지를 목전에 남겨놓은 노스님을 이렇게 고난의 행보를 걷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부처님의 참뜻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본다.
현재 용수사 고문변호사로 있는 박 철 변호사는 “법으로의 해결은 지연이자 부분이 너무 커 의미가 없으며, 협상을 통한 접근이 가장 안정적이다”고 밝히고 있으며, “협상가와 뒤를 밀어 줄 재력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여러 곳에서 도와주고자 많은 단체와 불자들이 방문을 했지만 얽히고설킨 내용을 접하고는 모두들 힘없이 돌아서고 있다”며 안타까운 노스님의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 김현수 기자, 구자억 기자
| 
